커리어 개척자들을 만나러 갑니다...

커리업

김형진

19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 지난해 독일아트북재단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2023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사뮈엘 베케트 선집 10권을 디자인했다. 전공자가 아닌 '외부인의 관점'으로 그래픽 원칙을 깨는 디자인을 선보여 '족보 없는 디자이너'로도 불렸다. 미술 전시 포스터, 도록 디자인으로 초기 포트폴리오를 쌓았고, 2011년 출판사 '워크룸 프레스'를 설립하며 출판 디자인으로 외연을 넓혔다. 애서가들 사이에서 그가 디자인한 문학총서 '제안들' 시리즈, '하이브리드' 총서 등은 필수 소장 목록이다. 패션 편집숍 '에이랜드', 수입 인테리어 편집숍 '루밍',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잡지 '월간 디자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디자인했다. 그를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워크룸'에서 만났다. 박시몬 기자

베테랑

“너 진짜 원칙이란 게 없는 애구나?”
디자이너 인생 최고의 칭찬이었다 - 김형진 베테랑

베테랑의 한끗 vol.8

“너 진짜 원칙이란 게 없는 애구나”
디자이너 인생 최고의 칭찬이었다

2024년 8월 23일

잠깐! 이 페이지는 한국일보 커리업 연재물 ‘베테랑의 한 끗’ 전용 화면입니다. 오디오고화질 사진이 어우러져 제공되는 특별한 기사를 만나보세요.

“전 어슴푸레한 것, 선명하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대충 그럴듯하게 만든 것도 싫어요. 정교하게, 분명하게 만든 것에서만 ‘아주 좋음’을 느끼죠.” 박시몬 기자 “전 어슴푸레한 것, 선명하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대충 그럴듯하게 만든 것도 싫어요. 정교하게, 분명하게 만든 것에서만 ‘아주 좋음’을 느끼죠.” 박시몬 기자

“전 어슴푸레한 것, 선명하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대충 그럴듯하게 만든 것도 싫어요.
정교하게, 분명하게 만든 것에서만 ‘아주 좋음’을 느끼죠.”

19년 전, 회사 생활 한 번 안 해본 서른한 살 ‘고학력 백수’가 업계 최고의 그래픽 회사 ‘안그라픽스’에 입사했다.

홍대 미대 졸업생 중에서도 1, 2등만 뽑는다는 전설적인 곳이었다. 늦깎이 신입으로 입사하고 보니 사수보다 나이가 많았다. 밤새워 일하는 게 당연한 업계에서, 오후 7시가 되면 ‘칼퇴’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한 살짜리 아기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려면 1분이 급했다.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가방을 쌀 때마다 등 뒤로 이런 말이 꽂혔다. “나이 먹고 들어와 배울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1년 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을 차렸다. 사무실에 입주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원래 그래’라는 업계의 원칙부터 하나씩 박살 내는 것. 3명짜리 회사인데 정관부터 썼다. 첫째, 야근은 없다. 둘째, 주말 출근도 없다. 셋째, 수입이 없다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고정적 월급을 지급한다. 그 후 18년 동안, 이 규칙을 굳게 지켰다. 지난해부턴 ‘주 4일제’를 실현 중이다.

과잉 노동을 덜었는데 역량은 업계 최고가 됐다. 지난해, 독일북아트재단이 주최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에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의 책 ‘사뮈엘 베케트 선집’ 11권이 선정됐다.

그가 만든 책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든, 서점의 매대에서든 단숨에 눈길을 붙든다. ‘책은 이렇게 생겨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해서다. 어떤 책은 표지에 제목이 없고, 띠지엔 마케팅 문구가 없다. 가끔 이런 공격도 들어온다. “인스타 인증용 디자인이네요.” 그에겐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아닌 칭찬이다.

“어쨌든, 예쁘다는 뜻이잖아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베케트 선집도 그렇게 만들었다.

“선집이라 잘 팔리지도 않을 거, 예쁘게라도 만들어야죠.”

서울국제도서전이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독일아트북재단·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힌 사뮈엘 베케트 선집. 베케트의 소설과 시, 평론 중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글을 묶은 선집으로 2016년부터 11권이 출간됐다. 워크룸 제공·이정화 디자이너 편집
서울국제도서전이 선정하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독일아트북재단·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꼽힌 사뮈엘 베케트 선집. 베케트의 소설과 시, 평론 중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않은 글을 묶은 선집으로 2016년부터 11권이 출간됐다. 워크룸 제공·이정화 디자이너 편집
좌우로 넘겨보세요

디자이너로 일하는 19년 동안 일관성 있게 한 가지 태도를 지켰다. ‘디자인에 있어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그래서일까.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참 원칙이 없으시네요”라는 말, “디자인에 족보가 없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됐을 때는 어땠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글쎄요. 원래 남이 하는 평가엔 흥미가 없어서요. 게다가 이미 지나간 작업에 대해 받는 평가는 더더욱요.”

‘지금 내 눈에 예쁜 것’ 외엔 전부 다 시큰둥해 보이는 건조한 태도. 그런 태도의 뿌리에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50)씨를 베테랑으로 만든 ‘그만의 경로’가 있다.

chapter1

베테랑의 루틴 :
어제의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린다

그는 버리기의 달인이다. 버릴 땐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다. 선택받지 못한 시안을 삭제할 때도, 어떤 길을 포기할 때도.

그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힘이 “질문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 놓이면, 별로 따지지 않고 그냥 해요. ‘내가 이걸 진짜 원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잘 안 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대체로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박시몬 기자
그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힘이 “질문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에 놓이면, 별로 따지지 않고 그냥 해요. ‘내가 이걸 진짜 원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잘 안 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대체로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박시몬 기자

10대 중반까진 청소년 유도 선수였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그만뒀다.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학업에 올인해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들어갔다. 내리 미술사를 공부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다. 뉴욕에 자리를 잡은 지 3개월 만에 학문의 뜻을 완전히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공부하는 친구들 따라 여기까진 왔지만, 내 힘으로 더 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당시 나이 스물여덟. 유도를 그만뒀을 때처럼 미련 한 톨 없는 깨끗한 포기였다. 매몰 비용조차 따지지 않고 돌아섰다.

되돌아갈 길을 가차 없이 끊어내는 것, 그가 수십 년 동안 유지한 삶의 태도다.

“이십 대 내내 공부만 7년 한 건데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미련도 없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가진 감정 중에 제일 나쁜 게 미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삶의 중요한 결정을 미련에 사로잡혀서 했다가, 거기에 잡아먹히는 사람을 많이 봐 왔으니까요.”

버리고 나선 다시 ‘0’부터 시작이었다. 닥치는 대로 집필 노동을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서였다. 영화 주간지에 TV 프로그램 평론을 썼고, 매체를 가리지 않고 ‘전문가인 척’ 이런저런 칼럼도 썼다. 프리랜서 기획자로 사보 제작과 카피라이팅도 했다. 야근이 잦은 아내 대신 가사를 전담하며 한 용돈벌이였다.

그러다 인생의 거대한 변수가 생겼다.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용돈벌이 수준의 들쭉날쭉한 수입으론 이제 역부족이었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에 또 한 번 가진 것을 버리기로 했다. 불안하지만 익숙한 생업을 그만두기로 한 거다. 장기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기에 적합한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아, 완성해놓고 보니 별거 없구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건조한 자세 때문인지, 누군가의 말에 감동하는 법도 상처받는 법도 잘 없다. 박시몬 기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아, 완성해놓고 보니 별거 없구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건조한 자세 때문인지, 누군가의 말에 감동하는 법도 상처받는 법도 잘 없다. 박시몬 기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아, 완성해놓고 보니 별거 없구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건조한 자세 때문인지, 누군가의 말에 감동하는 법도 상처받는 법도 잘 없다. 박시몬 기자

“100일쯤 지난 애를 안고서 엄청 고민을 하다가 프리랜서 기획자로 일하던 안그라픽스에 전화를 걸어서 부탁했죠. 저, 거기에 직원으로 취업 좀 시켜 주세요. 기획자가 아니라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요.”

회사 입장에선 뚱딴지같은 취업 청탁이었다.

디자인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그래픽 프로그램을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을 다짜고짜 ‘디자이너’로 써달라니. 회사는 ‘기획자 포지션이라면 경력 사원으로, 디자이너 포지션이라면 신입 사원으로 써주겠다’는 선택지를 제시했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후자를 골랐다. 그렇게 신입으로 입사해서는 ‘디자이너로서 쳐 볼 수 있는 모든 사고’를 다 쳐봤다.

“그곳을 딱 1년 다니고 그만둘 때도, 무슨 큰 결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어요. 그냥 그만둬 보면 알게 돼요. 그만둬야 할 순간에 ‘왜’를 묻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새로운 걸 해야 할 이유를 따져보면, 후하게 쳐줘야 한 5개 정도거든요. 반대로 그냥 남아있어야 할 이유는 한 100개쯤 돼요.

새로운 건 위험한 거잖아요. 원래 있던 곳은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머리를 굴리면 ‘남는다’는 답밖에 안 나오는 거죠. 그런데요. 우리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예측이나 분석은 어차피 다 틀려요.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되니까. 예측할 필요도, 분석할 필요도 없는 거죠. 그냥 행동하면 되는 거예요.”

과거를 완전히 버리며 나아가는 것, 그가 18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작업해 온 패턴이기도 하다.

첫째, ‘실행 취소(ctrl+z)키’나 ‘삭제(delete)키’를 쓰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계속 뒤로 되돌리기만 하다 교착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둘째, 단번에 ‘OK’를 받지 못한 시안은 모조리 폐기하고 다시 만든다. 부분만 고쳐 달라는 피드백이 와도 마찬가지다. 고치고 덮어쓰지 않는다. 아예 삭제해 버리고 흰 캔버스 위에서 다시 시작한다.

“저한테는 ‘별로예요’나 ‘이건 괜찮은데 저건 수정해 주세요’나 똑같아요. 둘 다 ‘싫다’는 뜻입니다. 그냥 처음으로 돌아가서 해요. 과거의 것을 가져와 수정하면 원래의 신선했던 맥락은 이미 훼손되고 없는 거거든요. 새롭게 만드는 게 훨씬 나은 거죠.”

미스터리 소설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 시리즈와 ‘제안들’ 시리즈의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 미스테리아 시리즈의 디자인은 김형진 디자이너와 유현선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박시몬 기자 미스터리 소설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 시리즈와 ‘제안들’ 시리즈의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 미스테리아 시리즈의 디자인은 김형진 디자이너와 유현선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박시몬 기자
미스터리 소설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 시리즈와 ‘제안들’ 시리즈의 ‘글자를 옮기는 사람(다와다 요코)’. 미스테리아 시리즈의 디자인은 김형진 디자이너와 유현선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박시몬 기자

창작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자기 작업에 대한 애정은 없는 걸까.

“애정은 있어요. 다만 작업하는 동안에만 있죠. 한창 작업하고 있을 땐, 저도 그 작업을 엄청나게 사랑해요. ‘이게 가장 예쁘다’는 확신을 두고 흠뻑 빠져서 하죠.

하지만 일을 끝낸 후엔 달라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심지어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제 과거 작업물을 강의 안에 집어넣지 않아요.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말하는 건 무용담 같아요. 저는 무용담이 싫거든요.”

자신의 작업을 의식적으로 신성시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어릴 때 ‘가요무대’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봤는데요. 보면 어떤 원로 가수가 나와서 늘 한 노래만 주야장천 부르는 거예요. 그걸 볼 때마다 ‘저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저 한 곡을 만 번은 거뜬히 불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는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요. 매번 예전과 똑같은 작업만 내놓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는 말자.”

‘왕년의 히트’로 평생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내심의 다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잘 하지 않는 만큼, 남의 평가에도 무신경하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고 후회하면서 괴로워한 적도 없다. 칭찬에도 심드렁하고, 비난에도 별 타격이 없다.

누군가 과하게 추켜올려도 ‘그렇게 느꼈구나’ 하고, 과하게 깎아내려도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만다. ‘그러든가 말든가’ 다시 현재의 작업에 착수할 뿐이다. 과거를 곱씹어 보는 데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되뇌어 볼 시간 자체를 스스로에게 주지 않는다.

“오전 8시 30분쯤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하는데, 12시간 내내 일만 해요. 그래서 하루에 적게는 6개, 많게는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일해요. 워크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70% 이상이 제가 한 일일 거예요. 일을 많이 해요. 누군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일 거 같아요.

저는 이게 재미있거든요.”

그에게 곱씹어봤자 바꿀 수 없는 과거는 지루한 것, 새로운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작업을 마감한다는 건, 다음 일에 또 착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마감을 해서 그 일을 버릴 수 있어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박시몬 기자
그에게 곱씹어봤자 바꿀 수 없는 과거는 지루한 것, 새로운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 작업을 마감한다는 건, 다음 일에 또 착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마감을 해서 그 일을 버릴 수 있어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박시몬 기자
chapter2

베테랑의 도구 :
예리한 이분법,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그의 눈은 하루 20시간 이상 번쩍 켜져 있다. 잠은 하루 평균 4시간 이하로 잔다. 원래도 잠이 없지만, 볼 게 많아 쉽게 잠들지 못한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열중하는 건 ‘보는’ 거다. 두 눈이 붉게 충혈되고 타는 듯이 피로해질 때까지 뭔가를 본다. ‘시각 행위 중독’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1분 이상 흐르는 걸 못 견뎌한다.

걸작만을 엄선해 보는 걸까. 아니다. 아름다운 것, 추한 것, 평범한 것, 기발한 것, 깨끗한 것, 지저분한 것 가리지 않고 다 본다. 출근길에 마주친 어떤 행인의 셔츠 색깔, 커다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동네 주민의 걸음걸이, 중년 남자들의 등산복 티셔츠, 자주 가는 제과점 매대에 진열된 빵들의 표면… 살아있는 모든 순간, 모든 장면이 ‘시각적 자극’이다.

운전을 하다가도 신호에 걸리면 놓칠세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스크롤을 넘기고, 퇴근 후엔 매일 쏟아지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리즈들을 무작위로 탐식하듯 본다. 통속 드라마부터 작가주의 시리즈까지 가리지 않는다.

디자이너 김형진이 만든 책들. 박시몬 기자
디자이너 김형진이 만든 책들. 박시몬 기자

다만, 그냥 보지는 않는다.

“계속 분간하면서 봐요. ‘아, 너무 좋다’ 혹은 ‘아, 너무 싫다’ 둘 중 하나로 결론을 내리면서 보죠. 그런 분류를 의식적으로, 의도적으로 해요. 매일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던 것과 가장 못생겼던 것을 하나씩 꼽아요.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죠.”

말하자면, 일종의 ‘감각 수련’이다. 이 분류는 정확해야 한다. ‘너무 좋다’의 영역과 ‘너무 싫다’ 영역이 날카롭게 나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냥저냥 괜찮다’라든지 ‘어중간하게 별로다’는 안 된다. 받은 느낌 자체가 흐리터분하다면 과장을 섞어서라도 한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너무 좋다’고 생각한 것들엔 자신이 생각하는 궁극의 아름다움이 있고, ‘너무 싫다’고 생각하는 것들엔 반드시 피하고 싶은 위험 요소가 있다는 걸. 확고한 자기 주관을 만들기 위해 매일 칼처럼 벼리는 감각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아도 무엇이 좋고 나쁜지 구별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기준이 생기지 않는다.

“제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시각적 원리는 콘트라스트(contrast), 대비라고 생각하거든요. 전 어슴푸레한 것, 선명하지 않은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요. 대충 그럴듯하게 만든 것도 싫어요. 정교하게, 분명하게 만든 것에서만 ‘아주 좋음’을 느끼죠.

공공 디자인이 대체로 못생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봐요. 아름다운 것은 본질적으로 뾰족한 것이라, 불특정 다수에 들이밀면 ‘소수의 취향’이라면 거절당하기 일쑤잖아요. 이 색, 저 색을 섞다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색이 되어버리는 거죠.”

2014년 2월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워크룸프레스의 문학총서 ‘제안들’ 시리즈. 대담한 디자인으로 널리 이목을 끌며 2014년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그래픽 부문을 수상했다. 하드커버엔 이미지 없이 단색만을 사용했고, 책의 절반을 덮는 띠지에 제목과 저자 이름을 넣었다. 여러 권이 함께 꽂혀 있을 때, 더 큰 시각적 효과를 발휘한다. 워크룸프레스 제공·이정화 디자이너 편집
2014년 2월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워크룸프레스의 문학총서 ‘제안들’ 시리즈. 대담한 디자인으로 널리 이목을 끌며 2014년 코리아디자인어워드에서 그래픽 부문을 수상했다. 하드커버엔 이미지 없이 단색만을 사용했고, 책의 절반을 덮는 띠지에 제목과 저자 이름을 넣었다. 여러 권이 함께 꽂혀 있을 때, 더 큰 시각적 효과를 발휘한다. 워크룸프레스 제공·이정화 디자이너 편집
좌우로 넘겨보세요

‘예리한 것이 곧 아름다움이다’라고 느끼게 된 계기는 뭘까.

“대학에 다닐 때, 학교에서 아주 감명 깊게 들었던 국문학 강의가 있었어요. 문학평론가인 김윤식 교수의 강의였죠. 그분은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법이 없었어요.

‘훌륭하다’ 혹은 ‘너절하다’ 둘 중 하나였죠. 그 절도 있는 기준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칼로 착착 쳐내는 듯한 그 날카로움 자체가 아름다웠죠. 그때 받은 인상이, 지금 제가 ‘디자인’이라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 기준이 처음부터 날카로웠던 건 아니다. 19년 전, 초짜 디자이너였을 때만 하더라도 ‘대체 뭐가 예쁜 건지’ 몰랐다. 선배들의 작업물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꼬치꼬치 물었다. “이 색은 여기다 왜 쓰셨어요? 이 선은 왜 저기다 넣었어요? 이 폰트는 왜 여기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디자이너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일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디자인은 논리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감각’으로 하는 일이라는 것을. 실력 있는 디자이너일수록 그 감각이 날카롭고, 확신이 실려 있다는 것을.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예요. ‘네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매일 하나씩 정해라. 이걸 반복하면 당신만의 기준에 근접해질 것이다.’

당장은 내가 구현할 수 있는 작업과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이미지 사이에 간극이 있겠지만 무엇이 너무 좋고, 무엇이 너무 싫은지 분류하다 보면 결국 그 간극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요.”

함께 일하는 후배들의 작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시니어 디자이너가 전반적인 콘셉트를 잡으면, 주니어 디자이너가 디테일을 풀고, 다시 시니어 디자이너가 최종 마감하는 식으로 일한다. ‘디자인은 협업의 결과’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워크룸은 다르다. 연차 상관없이 한 명의 디자이너가 기획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진다. 선배 디자이너는 결과물에 대한 자신의 인상만을 이야기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는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각자의 확신이 완결성 있는 결과물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chapter1

베테랑의 시간 :
군더더기에 낭비해도 괜찮은 것

19년 전, 회사에서 경험한 디자이너의 일과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밤샘 야근이 당연하고, 해 뜰 무렵 퇴근했다. 언제부터 망가졌는지 모를 사이클이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회사에선 ‘누구 엉덩이가 더 무거운지’가 곧 성실성의 지표였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서 시작한 워크룸은 지난 2022년 그래픽 디자이너 ‘슬기와 민’과 함께 건축주가 되어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터전을 잡고 사옥을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면적 132㎡(약 40평) 규모의 건물에서 3개 층을 워크룸이 쓰고 있다. 박시몬 기자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서 시작한 워크룸은 지난 2022년 그래픽 디자이너 ‘슬기와 민’과 함께 건축주가 되어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터전을 잡고 사옥을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면적 132㎡(약 40평) 규모의 건물에서 3개 층을 워크룸이 쓰고 있다. 박시몬 기자

“아기가 돌도 안 지났을 무렵이었거든요. 아내는 야근도, 회식도 잦은 직업이라 집에 안 들어올 때도 많아서, 저녁에 아이 돌보는 건 제 책임이었어요. 그런데 오후 7시가 되자마자 가방 챙겨서 나가니까 당연히 눈총을 받죠. “신입인데 7시 땡 치자마자 집에 가는 거야?”, “배울 마음이 없구나”라는 얘기도 듣고.

아침에 출근하면, 회사라는 공간이 너무 싫었어요. 모두가 밤을 꼴딱 새운 듯한 분위기. 다들 제대로 자지도 씻지도 못해 꾀죄죄한 꼴이고. 아침의 상쾌함 따위는 하나도 기대할 수 없는 그 분위기가 싫었죠. 도대체 밤샘 야근을 왜 해야 하지? 회사에 있는 동안 끝내면 되는데, 주말 출근은 또 왜 필요한 거야? 이해가 안 됐죠.”

‘왜’라고 물었는데, ‘원래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로운 조건에서 일하는 게 모두에게 당연했다.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나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관성에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데뷔는 늦었지만 독립은 빠르게’ 했다. ‘밤샘 야근, 주말 출근은 웬만해선 하지 않겠다’는 정관을 내걸고서. 당연한 듯 주말 노동을 요구해 오는 클라이언트가 있으면, 90% 이상 진행된 작업이라도 계약을 취소했다. 그 원칙을 꾸준히 지키다 보니, 이젠 ‘주 4일제’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 중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제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낀 단 한 가지 책임이 있다면, ‘노동 시간은 반드시 줄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주 4일제는 작년에 시작해 올해부터 전면 시행했는데요. 처음엔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근데 뭐, ‘해봐서 별로면 되돌리면 되지 뭐가 문제지?’ 하면서 시작했죠.”

결과는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이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인’은 꽤 즐거운 노동에 속해요. 때로는 자진해서 밤샘을 할 수도 있고, 야근도 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노동인 거죠. 그럼에도 모두가 주 4일제를 원했어요. 일을 좋아하는 것과 정해진 시간 출퇴근을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니까요. 막상 해봤더니, 모두가 행복해졌죠.”

액자 무늬
액자 무늬

출근 일수가 적어졌지만, 다른 날의 밀도를 높여 일하기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게 이 ‘행복함’의 이유일지 모른다.

“저만 해도 하루에 12시간 가까이 사무실에 있지만, 시간의 밀도를 따지면 엄청 낮아요. 전 주의력 결핍이 있어서 집중력이 짧고 산만하거든요. 그래서 쓸데없는 짓을 되게 많이 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사무실을 마구 서성이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났다 앉았다 하고... 다들 정신 사나워 죽겠대요. ‘성인 ADHD 환자’라고들 하는데… 맞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의 시간엔 군더더기가 엄청 많은 거죠.”

모두가 전투적으로 시간을 쪼개 쓰는 시대, 미라클모닝이 유행하고, 저녁 시간을 쪼개 하는 N잡, 재테크, 자기 계발 방법론이 매일 쏟아진다. 이런 시대에 ‘불순물투성이’의 시간은 쉽게 죄가 된다. 그런데도 그는 말한다.

“군더더기가 좀 있으면 어때요.”

“제가 하는 노동을 춤에 비유한다면 한 동작, 한 동작을 취할 때마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동작이 엄청 많은 춤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취해야 할 동작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댄서일까? 생각해 보면 또 그건 아니거든요. 쓸데없는 동작을 거쳐야만 필요한 동작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게 애쓴 만큼 확실한 동작을 취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꼭 시간을 밀도 있게,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세상은 군더더기 없이 정확한 춤을 추는 댄서를 원하겠죠. 상관없어요. 나는 내 방식대로 분명한 동작을 취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어쩌면 운동에 쏟았던 10대, 학업에 쏟았던 20대의 시간 역시 ‘디자인’이라는 정확한 동작에 이르는 군더더기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찾고 있는 열아홉 딸에게 그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막 서두를 거 없어. 아빠는 서른하나에 디자이너가 됐다니까.” 매끈한 춤을 추게 되지 못할까 겁내지 않아도 된단 뜻이다. 아빠처럼 ‘군더더기 많은 춤’을 춰도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는.

chapter1

베테랑의 한 끗 :
일은 일일 뿐,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

당신을 베테랑으로 만든 ‘한 끗’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은 일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감정을 주지 않아요. 일을 내 감정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겁니다.”

‘타인의 평가에 상처받지도 감동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뭔가를 ‘기대하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다.

김형진 베테랑의 한끗

일에 감정을 섞지 않는다는 건,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애가 둘이에요. 두 살 터울의 남매죠. 아이들이 아기일 때 저는 육아를 사랑이 아닌 노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모유를 갓 뗀 아기는 하룻밤에 6번 깨서 분유를 먹거든요. 아기 둘이 매일 밤 6번씩 깨면 부모는 30분씩도 잘 수가 없어요.

‘난 이 애들을 사랑하니까 사랑의 힘으로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면 못 버텼을 거 같아요. 그런 마음은 어느 순간 이상하게 비뚤어지게 돼 있거든요. 내심 보상을 원하다가 나중엔 누군가를 원망하게 되죠. ‘나는 밤에 잠 못 자고 이걸 하는데, 아내는 뭘 하는 거지? 아내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라는 억울함이 생겨요. 억울함은 감정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감정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걸, 아이라는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부과한 일이라고 여겼어요. 좋고 싫고를 따질 수 없고, 때로는 너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 디자이너로 사무실에서 일할 때랑 똑같다고 생각했죠. 그랬더니 갈등이 없었어요.

제가 이걸 ‘사랑’으로 했다면 부정적 감정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없었을 거예요. 사랑은 분명 좋은 감정이지만 아무리 좋은 감정이라도 일에 투사하는 순간, 반대급부로 부정적인 감정들이 똑같은 양으로 만들어져요. 제가 디자이너로서 하는 일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기 같은 사람이 너무 적으니 ‘조금은 더 많아져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 같은 사람’이란, 남들이 ‘원래 그렇다’고 강요하는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 정통성에 대한 강박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박시몬 기자
그는 자기 같은 사람이 너무 적으니 ‘조금은 더 많아져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 같은 사람’이란, 남들이 ‘원래 그렇다’고 강요하는 원칙을 무시하는 사람, 정통성에 대한 강박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박시몬 기자

그가 ‘일에 감정을 붓지 않는 태도’를 20년째 유지해 오고 있는 건, 바로 그런 억울함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아서다.

“저는 일을 재미있어 해요.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내 손을 거쳐 세상에 나온 모든 작업이 나를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위험한 생각이거든요. 이미 세상에 나온 책은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물건이죠.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니까.”

꾸밈 요소

일은 일이고
나는 나니까.

좋아하고 일일수록 건조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이 정확한 거리 감각이야말로 베테랑 김형진의 숨겨진 한끗이 아닐까.

Editor's Note

베테랑 디자이너 김형진의 인터뷰, 재밌게 읽으셨나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아요. 그와 녹음기 바깥에서 나눈 대화를 8월 29일 자 커리업 뉴스레터에서 독점으로 공개합니다.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으려면? 아래 버튼을 눌러 지금 바로, 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기본모드

읽기모드

맨 위로

목차

  • Chapter1. 베테랑의 루틴 : 어제의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린다
  • Chapter2. 베테랑의 도구 : 예리한 이분법,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쁘거나’
  • Chapter3. 베테랑의 시간 : 군더더기에 낭비해도 괜찮은 것
  • Chapter4. 베테랑의 한 끗 : 일은 일일 뿐,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

ASK YOURSELF

베테랑 김형진이
당신에게 던지는 질문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입니다. 커리업에 수집된 답변의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됩니다.

Q1

김형진 디자이너는 좋고 싫은 것을 분류하는 것이 자신만의 기준을 날카롭게 벼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당신이 아주 좋다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아주 싫다고 여기는 것은요?

Q2

그는 업계의 관성처럼 고착화된 ‘원래 그래’ 원칙을 굳이 따를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일터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원칙은 무엇이었나요? 그런 원칙에 따르지 않기 위해 당신이 했던 행동은요?

김형진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 그래픽 디자이너

19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50). 지난해 독일아트북재단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 ‘2023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사무엘 베케트 선집 11권을 디자인했다. 전공자가 아닌 ‘외부인의 관점’으로 그래픽 원칙을 깨는 디자인을 선보여 ‘족보 없는 디자이너’로도 불렸다. 미술 전시 포스터, 도록 디자인으로 초기 포트폴리오를 쌓았고, 2011년 출판사 ‘워크룸 프레스’를 설립하며 출판 디자인으로 외연을 넓혔다.

커리업의 이전 이야기, 맨땅브레이커

맨땅브레이커는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이야기입니다. 저마다의 커리어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른 기사와 차별화되는 밀도 높은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